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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와 K-pop, 펑크의 유산 K-POP에 스며들다, 펑크의 정신과 아이돌의 자기서사, K-pop의 펑크 리바이벌

by 브라이언 양 2025. 5.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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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크와 k-pop에 관련된 사진
펑크와 k-pop에 관련된 사진

목 차
1. 펑크의 유산, K-pop에 스며들다
2. 펑크의 정신과 K-pop 아이돌의 자기서사
3. K-pop 속의 ‘펑크 리바이벌’—사운드와 태도의 재해석

1. 펑크의 유산, K-pop에 스며들다

펑크(Punk)는 1970년대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된 하위문화 운동이자 음악 장르로, 사회에 대한 분노, 체제에 대한 반항, 그리고 날것의 감정 표현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단순하고 빠른 비트, 거칠고 날카로운 기타 리프, 무대 위에서의 격렬한 퍼포먼스는 펑크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펑크는 사회적 소외, 불평등, 청년 세대의 분노와 무력감을 솔직하게 드러내며 당시 주류 음악에 대한 강한 반기를 들었다. 동시에 그것은 패션, 미술, 출판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도 반체제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중심축으로 작용했다.

한편 K-pop은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형성된 대중음악 장르로, 아이돌 그룹 중심의 철저히 기획된 음악과 퍼포먼스를 특징으로 한다. 처음에는 펑크와 K-pop 사이에 어떠한 연관성도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K-pop이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시각적 스타일을 융합하며 진화해온 것을 살펴보면, 펑크의 흔적이 의외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K-pop의 의상 스타일에서는 펑크의 미학을 빌려온 경우가 자주 보인다. 찢어진 청바지, 체인 액세서리, 레더 재킷, 검은 아이라이너 등은 펑크에서 기인한 패션 코드들이다. 특히 2NE1, CL, 빅뱅의 지드래곤 같은 아티스트들은 이런 스타일을 통해 개성 있고 반항적인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는 단순한 비주얼 차원의 차용을 넘어, 그들의 음악과 정체성에도 펑크의 정신이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다.

CL의 솔로곡 <The Baddest Female>이나 지드래곤의 <Crooked> 같은 곡은 겉으로는 힙합, EDM과 같은 K-pop의 주류 장르를 따르고 있지만, 가사와 퍼포먼스의 핵심에는 펑크적인 반항과 자기 주장, 사회에 대한 도전이 숨어 있다. 심지어 이러한 곡들의 뮤직비디오 연출도 눈여겨볼 만하다. 벽에 낙서를 하고, 도시의 뒷골목을 뛰노는 모습은 전형적인 펑크 이미지다. 결국 K-pop은 철저한 기획을 바탕으로 하되, 그 안에 펑크의 야성과 독립성을 부분적으로 흡수하며 진화해왔다고 볼 수 있다.

2. 펑크의 정신과 K-pop 아이돌의 자기서사

펑크는 음악 그 자체만큼이나 ‘DIY(Do It Yourself)’ 정신으로 상징된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 레이블에서 앨범을 내고, 스스로 공연을 기획하며, 자신들의 메시지를 직설적으로 전달하는 펑크 뮤지션들은 시스템 바깥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이러한 자립성과 주체성은 K-pop이라는 거대한 산업 시스템 속에서는 다소 낯선 개념일 수 있다.

그러나 최근의 K-pop 아이돌들은 점점 더 스스로의 이야기를 서사화하고, 자율적인 창작 활동에 참여하며 변화하고 있다. BTS가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은 데뷔 초기부터 청춘의 불안, 사회 구조에 대한 의문, 자아의 성장 등을 주제로 삼아왔다. 《화양연화》 시리즈나 《Love Yourself》 앨범은 체계적인 서사 구조와 함께 개개인의 감정과 고민을 담은 음악과 영상으로 팬들과 소통했다. 이는 펑크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는 예술적 시도다.

또한 BTS의 RM, SUGA 등 멤버들은 자작곡과 작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K-pop 아이돌이 단순한 기획 상품이 아닌 하나의 창작자로 거듭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들은 산업의 구조 안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과 사유를 음악에 녹여내는 방식으로 펑크의 ‘자기서사’ 정신을 계승했다.

이러한 흐름은 다른 아이돌 그룹에게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Stray Kids, (G)I-DLE, ATEEZ 같은 팀들은 멤버들이 직접 작사·작곡에 참여하거나 팀의 메시지와 컨셉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G)I-DLE의 소연은 팀의 음악 프로듀싱 전반을 주도하며, 정해진 이미지가 아닌 날 것의 감정을 녹여낸다. 이는 단순히 음악적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표현과 주체적인 정체성 구축이라는 측면에서 펑크적 사고방식과 맞닿아 있다.

이러한 ‘자기서사’의 중요성은 점점 더 많은 팬들에게 감정적인 울림을 준다. 완벽하고 인위적인 이미지보다는, 거칠고 진짜 같은 감정을 담은 음악이 더 큰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펑크가 추구해온 정직한 표현과도 맞닿아 있다.

3. K-pop 속의 ‘펑크 리바이벌’—사운드와 태도의 재해석

K-pop은 끊임없이 새로운 장르와 스타일을 탐색하며 성장해왔다. 힙합, R&B, 일렉트로닉, 트랩에 이어 최근 몇 년간은 펑크의 사운드적 요소를 차용한 곡들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팝 펑크(pop punk)’의 부활은 글로벌 음악 씬의 트렌드로 떠오르며, K-pop 아티스트들에게도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TXT(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곡들이 있다. <LO$ER=LO♡ER>, <0X1=LOVESONG> 등은 2000년대 초반의 팝 펑크 사운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여 청춘의 감정을 날것 그대로 담아낸다. 빠르고 날카로운 기타 리프, 강렬한 드럼, 그리고 절규하듯 부르는 보컬은 그 자체로 펑크의 정서를 떠올리게 한다. 이와 같은 곡들은 더 이상 펑크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에도 살아 숨 쉬는 정서임을 보여준다.

또한 ENHYPEN, XG, BOYNEXTDOOR 등 최근의 신인 그룹들 역시 사운드와 스타일에서 펑크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하고 있다. 이들은 단지 음악적인 차용에 머물지 않고, ‘지금 여기의 우리’를 주제로 삼으며, 기존의 아이돌 서사와는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다. 반듯하고 긍정적인 이미지 대신, 혼란과 우울, 저항의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펑크의 태도를 K-pop이 수용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

펑크는 원래부터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아름답지 않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데 주저하지 않는 장르였다. 이러한 ‘정직함’은 K-pop에서도 점점 중요한 미덕이 되고 있다. 겉보기엔 완벽하고 세련된 K-pop의 세계 안에서도, 진짜 감정과 고민을 음악으로 드러내려는 움직임은 펑크의 감수성과 놀랍도록 닮아 있다. 팬들은 이제 ‘진짜 이야기’를 원한다. 감정의 결이 드러나고, 틀에 박히지 않은 이야기가 울림을 준다. 그 지점에서 K-pop과 펑크는 서로를 반영하고 확장시킨다.

마치며: 반항과 포용, 그 창의적 충돌

펑크와 K-pop은 서로 매우 다른 문화적 뿌리와 형식을 지닌 장르다. 하나는 체제 밖에서 외치는 목소리였고, 다른 하나는 철저히 체제 안에서 구성된 산업이다. 그러나 음악과 예술은 항상 변화하고 융합된다. K-pop은 그 화려함 뒤에 펑크의 날카로움을, 기획된 무대 뒤에 자율적인 표현의 욕망을 숨기고 있다.

이제 K-pop은 더 이상 단순한 한류 상품이 아닌, 다양한 문화적 흐름을 담아내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펑크는 그 안에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K-pop은 펑크로부터 진정성과 독립성을 배워가고 있다. 두 장르가 만나는 지점에는 단순한 차용 이상의 창의적 충돌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K-pop에서 펑크를 느낄 수 있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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