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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과 재즈 음악; 재즈의 씨앗, 재즈의 얼굴들, 재즈의 살아있는 현장

by 브라이언 양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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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차
1. 재즈의 씨앗, 타이완에 뿌리내리다
2. 현대 타이완 재즈의 얼굴들
3. 페스티벌과 무대, 타이완 재즈의 살아있는 현장

타이완 재즈 음악 관련 사진
타이완 재즈 음악 관련 사진

🎷 타이완과 재즈 음악: 전통과 현대의 조화

*— 섬나라에서 피어난 자유로운 선율의 이야기*

1. 재즈의 씨앗, 타이완에 뿌리내리다

타이완의 재즈 음악은 단지 수입된 장르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이 작은 섬나라가 외부와의 접촉을 통해 받아들인 하나의 예술적 언어이며, 시대적 변화 속에서 조금씩 정체성을 갖추어온 문화적 유산이다.

타이완에서 재즈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일제강점기 시절이었다. 일본을 통해 서양 음악, 그중에서도 재즈가 소개되었고, 이 음악은 처음에는 클럽이나 고급 호텔 등에서 배경음악처럼 흐르다가 차차 대중적인 관심을 얻게 되었다. 1949년, 중국 내전으로 인해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으로 이전하면서 본토에서 넘어온 음악가들도 타이완 음악계에 큰 자극을 주었다. 여기에 미국의 영향도 한몫했다. 1950년대부터 70년대까지, 타이완에는 미군이 주둔했고, 그들은 자국 문화를 함께 가져왔다. 그 중에서도 재즈는 타이완의 젊은 음악가들에게 강한 영감을 주었다.

특히 타이베이의 일부 미군 기지 근처에는 재즈를 연주하는 클럽들이 생겨났다. 이 클럽들은 당시 음악가들에게는 꿈같은 무대였고, 관객들에게는 새로운 음악적 경험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타이완은 조용히, 그러나 확실히 재즈의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 중 대표적인 사례는 1974년 문을 연 '블루 노트(Blue Note)' 재즈 바였다. 이곳은 수많은 연주자들이 모여 밤새도록 자유롭게 연주를 주고받는 장소였고, 타이완 재즈 역사에 있어 상징적인 공간이 되었다. 또한 1981년에는 타이완 최초의 재즈 밴드 중 하나인 'Dizzy Jazz Band'가 결성되면서, 타이완의 재즈는 단순한 흉내내기를 넘어, 독자적인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에 들어섰다.

2. 현대 타이완 재즈의 얼굴들

타이완 재즈는 지금도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이후, 해외에서 음악을 공부한 신세대 음악가들이 타이완으로 돌아오며, 새로운 흐름이 만들어졌다. 이들은 전통적인 재즈에 타이완 고유의 감성을 녹여내며 자신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다.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조유첸(Jo-Yu Chen)이다. 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전공한 뒤,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오보에를 공부하며 음악적 세계를 넓혀갔다. 이후 뉴욕의 재즈씬에서 활동하며 여러 앨범을 발표했고, 특히 피아노를 중심으로 한 그녀의 감성적 연주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녀의 음악은 고요하고 섬세하면서도, 어디선가 타이완의 풍경이 느껴지는 듯한 정취를 자아낸다.

또 다른 중요한 인물은 아만다 우(Amanda Yiyen)다. 그녀는 클래식과 재즈, 일렉트로닉 음악을 아우르는 다재다능한 피아니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이다. 특히 그녀는 '서커스 듀 솔레이'의 공식 피아니스트로 발탁된 첫 번째 타이완 아티스트로서,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은 인물이다. TEDx Taipei 무대에서 선보인 공연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녀의 음악은 단지 사운드가 아닌, 하나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리고 유한 수(Yuhan Su)라는 비브라폰 연주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타이완 미아오리 출신으로,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한 뒤 세계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그녀가 발표한 앨범 'City Animals'는 재즈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타이완 재즈의 세계적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했다. 그녀의 연주는 때론 실험적이지만, 그 안엔 깊은 철학이 담겨 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타이완 곳곳에서 재즈를 연주하며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의 음악은 단지 흘러가는 소리가 아니라,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가진 정체성과도 맞닿아 있는, 일종의 문화적 발화다.

3. 페스티벌과 무대, 타이완 재즈의 살아있는 현장

타이완의 재즈는 이제 단지 소수 마니아들의 음악이 아니다. 도시 곳곳에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고, 거리에서는 버스킹 연주자들의 색소폰 소리가 들린다. 재즈는 타이완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행사 중 하나는 타이중 재즈 페스티벌(Taichung Jazz Festival)이다. 2003년 처음 개최된 이래, 매년 가을이 되면 타이중시 중심가에 거대한 야외 무대가 설치되고, 국내외 재즈 아티스트들이 공연을 펼친다. 이 축제는 규모면에서도 아시아 최대급이며, 해마다 수십만 명이 찾는 인기 행사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 축제가 누구나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진정으로 대중과 함께하는 재즈의 정신을 실현하는 무대라 할 수 있다.

또 하나 눈여겨볼 곳은 타이베이 집시 재즈 페스티벌(Taipei Gypsy Jazz Festival)이다. 이 축제는 1930~40년대 프랑스 파리를 중심으로 발전한 집시 재즈(Manouche Jazz)의 전통을 되살리는 행사로, 특유의 경쾌하고 리드미컬한 선율이 도심을 가득 채운다. 참여하는 음악가들 역시 다채롭고, 타이완 현지의 집시 재즈 밴드들과 해외 팀들이 함께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또한 타이완의 대학가, 특히 국립예술대학이나 국립타이완대학 등에서는 재즈 전공 과정이 개설되어 있고, 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재즈 밴드를 결성하거나 지역 공연에 참여한다. 젊은 세대는 더 이상 재즈를 '어렵고 낯선 음악'으로 여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에게 재즈는 자기표현의 도구이자, 세계와 연결되는 언어이다.

타이완에는 소규모 재즈 클럽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타이베이의 'Sappho Live Jazz Bar'나 'Riverside Live House' 같은 장소들은 신진 음악가들이 데뷔 무대를 가질 수 있는 귀중한 공간이다. 이런 곳에서 우리는 아직 이름 없는 음악가의 연주를 들으며, 내일의 스타를 미리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마치며

타이완의 재즈는 여전히 성장 중이다. 외래의 문화를 수용하면서도, 그것을 자기만의 언어로 녹여내는 타이완 사람들의 지혜와 섬세함은 이 음악 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떤 날 저녁, 타이중의 공원에서, 혹은 타이베이의 바쁜 거리 한켠에서, 문득 들려오는 재즈 선율에 귀 기울여보자. 그 소리는 단지 음악이 아니라, 타이완이라는 나라가 속삭이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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