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애시드 재즈, 어디서 시작 됐을까?
2. 어떤 소리일까? 누가 만들었을까?
3. 요즘도 들리나요?
시작에 앞서,
요즘 스트리밍으로 음악을 듣다 보면, 꽤 오래된 곡인데도 왠지 신선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는 음악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인데 이상하게 귀에 익고, 듣기 편하면서도 리듬감이 살아 있어서 자꾸 손이 가게 되는 그런 곡들. 알고 보면 ‘애시드 재즈(Acid Jazz)’라는 장르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름은 조금 낯설 수 있지만, 그 배경과 특징을 알고 나면 음악이 훨씬 더 흥미롭게 들립니다.
1. 애시드 재즈, 어디서 시작됐을까?
이 장르는 1980년대 후반, 영국 클럽 신(Scene)에서 태어났습니다. 그 당시 클럽에서는 하우스나 애시드 하우스처럼 빠르고 전자적인 음악이 대세였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도 따뜻하고 생동감 있는 사운드를 추구하던 DJ들과 뮤지션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재즈, 펑크, 소울 같은 이전 세대의 음악을 재해석하며, 전혀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흐름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 바로 **DJ 질스 피터슨(Gilles Peterson)**과 **크리스 뱅글로우(Chris Bangs)**였습니다. 두 사람은 이 스타일에 ‘애시드 재즈’라는 이름을 붙였고, 나중엔 Acid Jazz Records라는 레이블까지 만들게 됩니다. 이 레이블은 곧 애시드 재즈의 상징처럼 자리 잡았고, 단순히 복고풍 음악이 아닌, 재즈의 자유로움에 펑크의 에너지, 소울의 감성, 힙합의 감각까지 버무린 진짜 ‘퓨전 음악’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2. 어떤 소리일까? 누가 만들었을까?
애시드 재즈는 한마디로 말하면 ‘그루브’의 음악입니다. 묵직한 베이스라인, 부드러운 브라스 섹션, 여기에 펑키한 기타와 리드미컬한 드럼이 얹히죠. 그 위에 소울풀한 보컬이 얹히거나, 때론 연주만으로도 충분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춤추기에도 좋고, 조용히 틀어놓기에도 좋죠.
대표적인 아티스트들도 다양합니다.
Jamiroquai는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진 이름이고,
Incognito는 정통 재즈와 소울을 세련되게 섞는 스타일로 유명합니다.
Brand New Heavies는 좀 더 팝에 가까운 접근으로 대중성을 확보했으며,
Galliano나 James Taylor Quartet도 이 장르를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이름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무엇보다 그루브가 살아 있다는 것, 그리고 디제잉이나 샘플링 같은 현대적인 감각을 절묘하게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재즈 특유의 즉흥성과 자유로운 연주 방식도 이 장르를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한때는 세계적인 흐름이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애시드 재즈는 영국을 넘어 미국, 일본, 프랑스 등 세계 곳곳으로 퍼졌습니다. 일본에서는 Jazztronik, UFO(United Future Organization) 같은 팀이 독특한 스타일로 이 장르를 새롭게 해석했고, 미국에서는 힙합과의 결합을 통해 또 다른 느낌의 음악이 만들어졌습니다.
이후에는 애시드 재즈를 바탕으로 누 재즈(Nu Jazz), 재즈 힙합, 로파이 힙합 같은 하위 장르들도 생겨났고, 지금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듣는 재즈 기반 BGM들도 대부분 그 뿌리를 이쪽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3. 요즘도 들리나요?
사실 요즘처럼 음악이 빠르게 소비되는 시대에선 애시드 재즈가 조금 뒤로 밀린 느낌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애정을 가지고 듣는 리스너들이 있고, 스트리밍이나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우연히 접하고 빠져드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최근에는 재즈나 소울 계열 음악이 다시 주목받는 분위기여서, 애시드 재즈도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젊은 뮤지션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장르를 해석하기도 하고, 옛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다시 회자되기도 합니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이 음악을 다시 꺼내 들을 때일지도 모릅니다.
마지막으로, 애시드 재즈는 장르라기보다 ‘분위기’에 가깝다
한 번 들어보면 느낌이 옵니다. 전통과 새로움 사이, 감성과 리듬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그 음악.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세련된 그 사운드. 그냥 배경음악으로 흘려들어도 좋고, 한 음 한 음에 집중해도 만족스러운 그게 바로 애시드 재즈의 매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