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차
1. 색소폰의 네 가지 주요 종류
2. 브랜드로 읽는 색소폰의 철학
3. 내게 맞는 색소폰 고르기
시작하면서 ;
어쩌면 우리 삶에 있어서 음악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감정을 대신해주는 언어인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색소폰은 그 특별한 언어를 가장 뜨겁고, 가장 부드럽게 들려주는 악기다. 단순히 금속으로 만들어진 관악기 하나가 아니다. 색소폰은 연주자의 숨결을 품고, 감정을 나르고, 때로는 그 사람의 삶 전체를 담아내는 작은 우주가 된다.
1. 색소폰의 네 가지 주요 종류
색소폰은 모두 비슷하게 보이지만, 자세히 들어보면 서로 다른 목소리를 가진다. 각각의 색소폰은 저마다 맡은 음역과 개성이 뚜렷하다. 음악 장르, 연주 스타일, 그리고 연주자의 성향에 따라 선택하는 악기도 달라진다. 초보자, 중급자, 고급 프로자에 이르기까지 사용하고자 하는 악기 레벨도 다양하다.
소프라노 색소폰
길게 뻗은 몸체. 클라리넷을 닮은 외관. 하지만 소리는 훨씬 투명하고 섬세하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색소폰 계열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맡는다. 소리의 결은 맑고, 때로는 날카롭기까지 하다. 그래서 조심스러운 터치와 세심한 피치 조절이 필요하다.
존 콜트레인이 남긴 소프라노 색소폰 연주는 그야말로 예술이다. 그의 "My Favorite Things"를 들으면, 한 음 한 음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다듬어졌는지 느껴진다. 소프라노 색소폰은 경험 많은 연주자에게, 또는 섬세한 감정을 소리로 그리고 싶은 이에게 맞는 악기다. 그 대표적 연주자는 Kenny G 이다.
알토 색소폰
가장 대중적이고, 많은 이들이 처음 손에 쥐는 색소폰이 바로 알토다. 크기와 무게 모두 적당하고, 음역도 부담스럽지 않다. 알토 색소폰의 소리는 부드럽고 따뜻하면서도 명료하다.
찰리 파커가 그랬고, 캐논볼 애덜리가 그랬듯, 알토 색소폰은 재즈에서 빛나는 별이었다. 그들의 연주는 빠른 패시지 속에서도 알토만의 고유한 매끄러움을 잃지 않았다. 알토 색소폰은 클래식에도, 팝에도, 심지어 록에도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테너 색소폰
만약 색소폰 소리 중에 인간의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라면, 단연 테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할 때는 거칠고 뜨거운 감정을 폭발시킬 수 있는 악기다.
소니 롤린스, 덱스터 고든, 그리고 존 콜트레인. 이 이름만으로도 테너 색소폰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설명이 된다. 테너 색소폰은 깊이 있는 사운드와 여유 있는 울림으로, 듣는 이를 단번에 사로잡는다.
바리톤 색소폰
가장 크고, 가장 낮은 소리를 내는 바리톤 색소폰. 육중한 몸체만큼이나 무게감 있는 소리를 낸다. 주로 앙상블에서 베이스를 보완하지만, 솔로로 나설 때는 의외의 매력을 발산한다.
게리 멀리건은 바리톤 색소폰 하나로 무대를 압도했다. 그의 연주를 듣다 보면, 중저음의 울림 속에 사람의 체온 같은 것이 느껴진다.
2. 브랜드로 읽는 색소폰의 철학
색소폰 브랜드는 단순한 로고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세월 동안 쌓아온 철학과 기술, 그리고 연주자들과의 약속이다.
셀머 (Selmer)
프랑스에서 태어난 색소폰의 명가, 셀머. 이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연주자들이 많다. 특히 "Selmer Mark VI"는 색소폰 역사상 전설적인 모델로, 지금도 높은 가치를 자랑한다.
셀머 색소폰은 따뜻하면서도 선명한 소리를 낸다. 반응성은 민첩하고, 연주자는 악기를 통해 자신의 숨결 하나까지 표현할 수 있다. 가격은 비싸지만, 셀머를 한 번 써본 이들은 다른 브랜드로 돌아가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야마하 (Yamaha)
안정성과 균형. 야마하 색소폰은 이 두 단어로 요약할 수 있다. 일본 특유의 꼼꼼함이 녹아 있는 야마하는,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아우를 수 있는 다양한 모델을 선보인다.
깨끗하고 고른 음색은 클래식 연주자들에게 특히 사랑받는다. 그리고 가격 대비 성능이 좋아, 색소폰 입문자들에게도 강력 추천된다. 일본 태생 악기이다.
야나기사와 (Yanagisawa)
야나기사와는 세심한 수작업으로 유명하다. 매끄러운 키 액션, 선명한 음색, 그리고 뛰어난 내구성 덕분에 많은 프로 연주자들이 애용한다.
특히 재즈 연주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야나기사와 색소폰은 소리의 질감이 뚜렷하고, 연주의 자유도를 높여준다.
일본 태생 악기이다.
캐넌볼 (Cannonball)
비교적 신생 브랜드지만, 캐넌볼은 이미 확고한 팬층을 갖고 있다. 개성 있는 디자인, 빅벨(Big Bell) 시리즈 특유의 풍성한 울림은 젊은 연주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재즈나 블루스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캐넌볼 특유의 어두운 음색에 반할지도 모른다.
미국 태생 악기이다.
3. 내게 맞는 색소폰 고르기
색소폰을 고른다는 건 단순한 소비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감정, 나의 음악적 세계를 표현할 파트너를 찾는 일이다.
입문자에게는?
처음 색소폰을 시작한다면, 알토 색소폰이 가장 무난하다. 야마하 YAS-280처럼 안정적인 모델이 좋다. 가격도 부담이 적고, 소리내기가 비교적 쉽기 때문이다.
재즈를 꿈꾼다면?
테너 색소폰을 강력 추천한다. 셀머의 Reference 54, 야나기사와 TWO 시리즈는 재즈에 최적화된 음색을 갖췄다. 감정을 거침없이 쏟아낼 수 있는 악기가 필요하다.
클래식을 연주하고 싶다면?
정확한 음정과 깨끗한 음색이 필수다. 야마하 YAS-875EX나 셀머 슈프림은 클래식 연주에 최적화되어 있다. 섬세한 다이내믹 조절이 가능하고, 음의 균형이 탁월하다.
마무리 글 ; 색소폰과 함께하는 인생 그리고 색소폰 연주자의 여정 (시작과 무대)
색소폰을 배우고, 연주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마주하는 일이다. 입으로 불어 넣은 숨이 음악이 되고, 음악이 다시 삶을 위로한다.
처음에는 음이 잘 나지 않을 수도 있다. 호흡이 딸려서 고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색소폰이 당신의 목소리가 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부터 색소폰은 단순한 악기가 아니라, 진정한 '동반자'가 된다.
밤늦게 혼자 연습실에 앉아, 조용히 색소폰을 꺼내 불어본다. 깊은 밤의 정적을 가르며 퍼지는 소리. 거기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오직 음악만이 전할 수 있는 진심이 담겨 있다.
색소폰을 배우는 여정은 마치 인생의 축소판 같다. 처음엔 단순한 음 하나를 내는 것도 버겁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음에 감정이 실리고, 그 감정이 음악이 된다. 연습을 반복하고 작은 무대에서 시작해 점점 더 많은 청중 앞에 서게 된다. 무대 위에서 색소폰은 단순한 악기를 넘어 연주자의 감정, 철학, 인생을 전달하는 매개체가 된다. 그것은 결국, 삶을 예술로 만드는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가격 대비 국산 제품도 상당한 수준에 이르기 때문에 프로 연주자가 아닌 취미 활동이라면 국산 제품도 쓸만하다고 추천 하고 싶다.
색소폰은 그런 악기다. 그리고 당신도, 언젠가는 그 진심을 소리로 말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