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모달 재즈(Modal Jazz) 코드에서 벗어난 자유, '모드' 하나면 충분, 단순함의 미학

by 브라이언 양 2025. 4. 7.
반응형

모달 재즈 관련 사진
모달 재즈 관련 사진

목 차
1. 모달 재즈, 코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말하다
2. 모드 하나로 세상을 담는다
3. 지금도 유효한 담순함의 미학

1. 모달 재즈, 코드에서 벗어나 자유를 말하다

재즈를 듣다 보면 종종 이런 생각이 듭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만든 음악이지? 단순히 멜로디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연주자마다 전혀 다른 흐름을 만들어내고, 악보가 있긴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자유롭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듣는 이를 혼란스럽게 하면서도 묘하게 매료시키는 스타일이 있습니다. 바로 모달 재즈(Modal Jazz)입니다. 처음엔 다소 낯선 단어일 수 있지만, 막상 음악을 한 번 들어보면 아, 이게 그 느낌이었구나 하고 직감적으로 알게 되는 장르입니다.

모달 재즈는 흔히 말하는 자유로움,즉흥성,감정의 흐름 같은 키워드를 가장 잘 드러내는 스타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재즈가 기술과 기교를 넘어 개인의 목소리를 말할 수 있게 해준 전환점이기도 하죠.

1950년대, 비밥에서 모달 재즈로

1950년대 후반, 당시의 주류였던 비밥(Bebop)하드 밥(Hard Bop)은 굉장히 테크니컬하고 구조적으로 복잡한 음악이었습니다. 코드 진행이 빠르고 전환이 많아, 연주자는 마치 고속도로에서 곡예운전을 하듯 연주를 펼쳐야 했죠. 이런 스타일은 화려하지만, 정작 감정의 여백이나 사운드의 여운을 느끼기엔 버거운 측면도 있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모달 재즈였습니다. 몇몇 뮤지션들은 더 단순한 화성 구조 안에서 음악의 본질적인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연주자 각각의 개성을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모드(modal scale) 중심의 연주 방식이었고, 이로 인해 재즈는 코드 중심의 음악에서 스케일 기반의 음악으로 방향을 전환하기 시작한 겁니다.

2. 모드 하나로 세상을 담는다 모달 재즈의 작동 방식

모달 재즈의 핵심은 단순합니다. 바로 하나의 모드(음계) 위에서 긴 시간 동안 연주를 이어간다는 것. 기존의 재즈가 곡마다 수십 개의 코드로 구성된 변화무쌍한 구조를 갖췄다면, 모달 재즈는 말 그대로 음 하나하나의 여운에 집중합니다.

예를 들어 Dorian 모드 하나를 정하고, 그 위에서 몇 분 동안 연주를 이어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 경우 연주자는 그 모드 안에서 마음껏 음을 고르며, 자유로운 즉흥 연주를 펼칠 수 있습니다. 음악의 진행을 좌우하는 건 코드가 아니라, 리듬과 뉘앙스, 감정의 흐름입니다.

이건 마치 캔버스 위에 물감을 올리는 느낌에 가깝습니다. 어떤 색으로 어떻게 채울지는 연주자의 몫이죠. 이런 방식은 단순히 기교에서 벗어나 음악을 감성적이고 명상적으로 만듭니다.

이 혁신을 세상에 알린 앨범이 바로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의 전설적인 앨범 Kind of Blue입니다. 이 앨범은 지금까지도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재즈 앨범 중 하나이고,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듣는 필청 목록이기도 합니다.

특히 첫 곡인 So What은 모달 재즈의 정수를 보여주는 곡으로, 단 두 개의 모드만으로 9분 넘는 환상적인 연주가 펼쳐집니다. 그 단순함이 주는 공간감, 그리고 연주자들이 만들어내는 긴장과 해소는 매번 들어도 새롭게 느껴지죠.

이 앨범에는 또 다른 거장이 함께합니다. 바로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입니다. 그는 이후ImpressionsMy Favorite Things 같은 곡에서 모달 어프로치를 더 깊이 탐구하며, 연주마다 완전히 다른 해석을 선보였습니다.

같은 악보라도 감정과 순간의 흐름에 따라 완전히 새로운 음악이 나오는 것이죠. 모달 재즈는 음악은 현재의 대화라는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장르입니다.

또 다른 예로는 빌 에반스(Bill Evans)의 피아노 연주를 들 수 있습니다. 그는 Kind of Blue 앨범에 참여하면서도, 그 이후 자신의 솔로 작업에서 모달 어프로치를 계속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그의 음악에서는 모달 재즈 특유의 여백의 미와 서정성이 더욱 두드러지죠.

3. 지금도 유효한 단순함의 미학, 모달 재즈의 유산

모달 재즈는 단지 잠깐 등장했다 사라진 유행이 아닙니다. 그것은 재즈의 흐름을 완전히 바꿔놓았고, 이후 등장한 수많은 스타일의 기반이 되었습니다.

프리 재즈(Free Jazz), 아방가르드 재즈, 스피리추얼 재즈(Spiritual Jazz) 같은 장르들도 모달적 접근에서 출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콜트레인의 말기 작품들, 예를 들어A Love Supreme이나 Ascension은 기존 화성 체계를 완전히 뛰어넘어 영적인 차원의 음악으로 진화하게 되는데, 그 출발점이 바로 모달 재즈였던 겁니다.

이러한 영향력은 재즈 바깥으로도 뻗어 나갔습니다. 록 밴드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킹 크림슨(King Crimson)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 그룹들도 모달적인 작곡 방식에 깊은 영향을 받았고, 팻 메스니(Pat Metheny), 하비 행콕(Herbie Hancock), 웨인 쇼터(Wayne Shorter) 같은 현대 재즈 아티스트들 역시 그 어프로치를 계승했습니다.

심지어 요즘은 로파이 힙합(lo-fi hip hop), 앰비언트 재즈, 재즈 기반의 일렉트로닉 음악에서도 모달 재즈의 감성이 자연스럽게 배어 나옵니다. 비트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코드나 모드가 배경을 이루며, 그 위에 감성적인 멜로디가 흐르죠. 이 역시도 모달 재즈가 남긴 단순한 구조 안의 무한한 표현이라는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즈 교육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음악 학교나 워크숍에서는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복잡한 코드 이론보다는, 모드 하나로 즉흥을 시작해보는 훈련을 권장합니다. 모달 어프로치는 음악적인 기술보다도 자신만의 목소리를 어떻게 찾을 것인가 라는 점에 집중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마무리하며: 하나의 스케일로 무한한 이야기를

모달 재즈는 단지 음악의 한 갈래가 아닙니다. 그것은 음악가들에게, 그리고 청자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장르입니다. 너무 많은 선택지가 아니라, 하나의 선택지로도 충분할 수 있다.

복잡한 구조와 수많은 가능성 속에서 길을 잃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나의 단순한 틀 안에서 자신만의 감정과 이야기를 만드는 것. 그것이 모달 재즈의 본질입니다. 이건 음악을 넘어 삶의 방식으로까지 확장될 수 있는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오늘 밤, 마일스 데이비스의 So What을 한번 틀어보세요. 눈을 감고 그 단순한 베이스 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그 위에 떠오르는 멜로디가 얼마나 풍부하고 다양한지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아마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자유란, 때로 단순함에서 시작되는 것이구나.

그게 바로, 모달 재즈입니다.

반응형